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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on : 노션의 성공 뒤에 숨겨진 이야기: 이반 자오와 '잃어버린 시간'

https://www.youtube.com/watch?v=IIPKMixTMfE

 

요즘 스타트업계에서는 1-2년 만에 1억 달러 매출 달성했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리는데, 노션은 좀 다른 케이스야. 이반 자오가 레니 라치츠키와의 인터뷰에서 털어놓은 이야기를 들어보니,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노션이 되기까지 꽤 오랜 '방황의 시간'이 있었더라고.

3-4년간의 '잃어버린 시간'

노션은 2013년에 시작했는데, 이반 자오는 초기 3-4년을 '잃어버린 시간(lost years)'이라고 표현했어. 처음에는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게 하자"는 개발자 도구를 만들었지만, 결국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거에 관심이 없다는 걸 깨달았대. 일반 사용자들은 그냥 출근해서 보고서 마감하고, 일 끝내는 데 바빠서 소프트웨어 최적화 같은 건 신경 쓸 겨를이 없더라는 거지.

 

여기서 이반의 깨달음이 재밌어. 그는 자신의 비전을 사람들이 실제로 관심 있는 형태로 '숨겨야' 한다는 걸 깨달았대. 그래서 생산성 도구라는 사람들이 매일 쓰는 형태 안에 모두가 자신만의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게 하는 비전을 숨긴 거지. 이게 지금의 노션이 된 거고.

 

이반이 표현한 걸 빌리자면 "설탕 코팅한 브로콜리"야. 사람들은 브로콜리(소프트웨어 만들기)는 먹기 싫어하지만 설탕(생산성 도구)은 좋아하니까, 설탕을 주고 그 안에 브로콜리를 숨기는 거지.

진짜 '도구'에 대한 철학

이반 자오의 이야기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도구에 대한 그의 철학이야. 그는 "도구는 우리의 확장"이라고 말해. 그리고 "우리가 도구를 만들고, 그 도구가 다시 우리를 만든다"는 마셜 맥루한의 말을 인용하면서 소프트웨어가 인간 본성의 어떤 부분을 확장시키는지 고민했다고 해.

 

이반에게 레고는 창의성과 아름다움의 상징인데, 그는 소프트웨어에는 이 두 가지가 부족하다고 느꼈어. 그래서 노션을 통해 소프트웨어 영역에서 창의성과 아름다움을 증폭시키고 싶었다고 해. 시퀘이아가 '7가지 인간 본성'에 투자한다는 유명한 이야기를 언급하면서, 본인은 인간의 더 나은 부분을 확장시키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하더라고.

 

 

 

린(lean)하게 유지하는 비결

노션은 10억 달러 이상 가치의 회사가 됐지만, 상당히 린하게 운영되고 있어. 몇 가지 놀라운 사실:

  •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고, 투자받은 돈의 대부분이 아직 은행에 있다고 해
  • 1000만 달러 ARR에 도달할 때까지 영업사원을 뽑지 않았어
  • 직원 50명이 될 때까지 PM을 뽑지 않았고

왜 이렇게 린하게 유지했느냐는 질문에 이반은 "추상화나 시스템을 통한 해결이 사람을 통한 해결보다 낫다"고 믿는다고 해. 그는 회사를 '작은 버스'에 비유하면서, 버스가 작을수록 코너를 돌거나 가속하기 쉽다고 말했어. 내부 소통의 오버헤드가 작아지고, 더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해진다는 거지.

수평적 제품의 도전과 기쁨

노션 같은 수평적(horizontal) 제품, 즉 여러 다양한 기능을 하나로 묶는 제품을 만드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야. 특히 각 영역에 특화된 수직적(vertical) 솔루션들이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이반이 이런 도전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설명한 부분이 흥미로워. 그는 "레고 블록"과 "레고 세트"라는 비유를 사용했어. 하드코어 레고 팬들만 레고 블록 자체에 관심 있고, 대부분 사람들은 완성된 레고 세트를 원한다는 거지.

 

노션의 핵심은 '레고 블록'을 제공하는 것이지만,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레고 세트'(솔루션)도 제공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해. 특히 기업 고객들에게는 P&L(손익)에 영향을 주는 솔루션이 필요하더라는 거야.

 

 

AI가 가져온 새로운 기회

이반이 말한 가장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는 AI가 노션 같은 수평적 제품에 가져온 기회야. 그는 AI를 "새로운 종류의 목재"나 "알루미늄" 같은 새로운 재료에 비유했어.

노션은 AI가 세 가지 방식으로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어:

  1. 글쓰기와 같은 일상적인 작업에 AI 기능을 통합하는 것
  2. 모든 정보가 한 곳에 있을 때 AI가 더 잘 검색하고 이해할 수 있다는 것
  3. AI가 '레고 블록'을 조립하는 데 뛰어나다는 것 - 코딩은 결국 조립하는 것이니까

특히 마지막 부분이 놀라워. 노션이 지난 5-6년간 구축해온 '레고 블록'들 위에 AI 코딩 에이전트를 얹으면, 사용자들이 자신만의 지식 작업 소프트웨어나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게 될 거라는 전망이야.

마치며

이반 자오의 인터뷰를 들으면서 느낀 건, 그가 정말 일관된 철학을 가지고 있다는 거야. 레고, 창의성, 아름다움, 추상화, 시스템 등의 키워드가 계속 등장했어. 또 하나 인상적인 건 그의 균형감이었어. 비전과 현실, 가치와 비즈니스, 창의성과 실용성 사이의 균형을 계속 찾아나가는 모습이 보였지.

 

이제 막 뜨기 시작한 스타트업이 단기간에 성공한 사례만 주목받는 요즘, 노션처럼 '잃어버린 시간'을 겪고 나서야 성공한 사례도 있다는 건 많은 창업자들에게 위안이 될 것 같아. 결국 중요한 건 세상에 진짜 필요한 것을 만들겠다는 비전과, 그걸 사람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포장할 수 있는 지혜가 아닐까 싶네.

 

이반의 말을 빌리자면, "자신에게 충분히 독특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유용한 것을 만들면, 나머지는 따라올 것"이다. 약간 철학적이지만 생각해볼 가치가 있는 말이야.